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
많은 이들이 아직도 2000년 조성모의 노래로 알고 있는 ‘가시나무’는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가 1988년에 쓰고 만들고 부른 노래다.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하나로 꼽히고, 노랫말은 시인들이 뽑은 열 번째 손가락 안에 든다.
이 노래는 CCM 곡으로 인간의 존재 의미와 내면 속 혼돈에 대한 하덕규의 신앙적 성찰과 참회다. 내 안의 헛된 바람, 내 안의 어쩔 수 없는 어둠,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을 가시나무 숲으로 비유하고, 그것들은 바람만 불어도 서로 부대끼며 울어댄다. 그래서 쉴 곳을 찾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게 한다. 그런 내 안에 누구든 쉴 곳은 없다.
이 노래는 한계령을 내려온 후 어느 날 누나에게 이끌려 간 송구영신 예배에서 탄생했다. 그는 그 예배에서 가시나무 숲 속을 헤매는 수많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욕심과 욕망이 가득하고, 날카로운 가시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주고, 어둠과 슬픔과 우울이 가득한 ‘너무도 많은 나’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가시나무 덩굴 가운데 피 흘리는 예수의 형상이 보였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려 곧장 곡을 쓰기 시작했고 10분 만에 완성했다. 외롭고 곤고한 영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하나님이 주신 노래였다. “그분이 내 안에 오셔서 가시나무와 같은 나를 버리지 않으시고 내 가시에 찔리면서 가시를 뽑아주시고 끝까지 품어주셨다.”
이후 하덕규는 대중가수의 삶을 버리고 오직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드리며, 44세에 암 투병 후에는 미국에서 종교학을 공부하고 52세에 워싱턴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은 백석예술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간증과 노래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2021년 4월에 KBS ‘불후의 명곡-시인과 촌장 하덕규 편’에 ‘전설’로 출연했는데 23년 만의 방송 출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