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확산으로 심방과 교회 모임이 중단되고, 가정에서는 “살천지 확찐자들이”(살이 확 찐자) 늘어나는 이때에, 우리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익숙한 정장 대신에 작업복을 입고, 목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교회로 출근한다. 벌써 2주째 이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의자와 테이블을 조립했다. 오늘은 또 어떤 작업을 할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교회로 향한다.
지하와 1층 리모델링 과정은 마치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태어나는 모습과 같았다. 낡고 오래된 껍질을 벗어던지고, 매일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 동안의 수고를 보상받는 느낌이 든다. 일이 고되고 힘들수록 교회는 빠른 속도로 세련되고, 멋진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담임 목사님이 말씀하신 노동의 영성이 이런 것일까? 팔에 근육이 생기고,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땡길수록 교회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더 높아지는 거 같다. 이제는 교회의 구조, 벽지의 색깔, 의자, 물건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가 않는다. 일하시는 분들이 작은 부분 하나 하나까지 얼마나 섬세하게 고민하고 작업했는지 모른다.
지하와 1층을 마무리하고 2층 철거작업이 시작되었다. 수북이 쌓여 있던 먼지들을 온몸으로 마시면서 20여년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낡고 오래된 물건들에는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사연이 깃들어 있다. 정든 물건들을 버리면서 옛 추억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역사하실 하나님을 기대해본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눅5:38)”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성도들과 함께 새롭고 멋진 장소에서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은혜의 추억들을 많이 쌓아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과 예배드리고, 교제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감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수고하는 교역자들에게 여러 가지 양식을 공급해주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